자원봉사 행렬은 오늘도 태안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무엇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이 사건에 대한 삼성의 진솔한 대응과 대안제시입니다. 그러나 사고 직후부터 지금까지 삼성의 대응을 보노라면 자칭 초일류 기업이라는 국제적 대기업이라는 그들의 도덕성은 찾아보기가 어려운 지경입니다.
알량한 사과 몇 마디로 죽은 생명들이 살아나진 않는 것 망가진 삶의 터전이 회복될 수도 없는 것
▲6만 태안군민의 삶의 터전을 빼앗고 바다를 황폐화시킨 삼성중공업의 해상크레인 삼성1호에서 책임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태안에서는 절망에 빠진 어민들이 세 명 째 스스로 목숨을 끊어 죽어갔습니다. 소위 맨손어업으로 바다와 갯벌에 기대어 삶을 영위해온 어민들의 목숨 줄을 끊어놓은 것입니다. 그러나 정작 사건 당사자인 삼성은 어떤 대안도 내놓지 않고 그저 시간만 가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하루하루를 갯벌바닥을 기어서 먹고 산 맨손어업의 어부들은 당장의 끼니가 떨어진 집이 많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기름유출로 죽어가는 바다를 눈물로 닦아내고 또 닦아내던 주민들은 정작 ‘책임이 없다’는 삼성의 반응에 몸서리치며 절망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을 기름 한 방울보다 못한 존재로 여긴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설마, 하고 기다리던 민심들이 이제 무섭게 분노하고 있습니다. 태안군 전체가 거대한‘반삼성기지’가 되었으며 군청 안에까지 삼성타도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작업중인 해상크레인에 올라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환경운동연합
기름유출 사고 이후, 방제작업에만 매달린 태안 주민들은 날이 갈수록 생계가 막막합니다. 그들의 생계가 막막하다는 것은 바다의 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되었음을 말합니다. 더 이상 바다와 갯벌이 주민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 능력이 없어졌다는 것을 뜻합니다.
사과는 적절한 시기일 때 그 진실성이 묻어나는 법 몇 푼짜리 광고로 책임소재를 모호히 하고 면피될 것이라는 착오는 버려야
전 국민들이 사고지역의 주민들과 아픔을 같이하고자, 태안으로 태안으로 향하는 동안에도 삼성이 내놓는 공식 답변은 ‘미묘한 상황이라 삼성의 책임 소재 부분에 명확히 말할 수 없다’ 는 것이었습니다. 사과 발표를 할 경우 삼성이 책임져야할 부분이 많아진다는 것입니다. 사과를 미루던 삼성은 여론에 쫓겨 마침내 최근에서야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벌어진 해상시위 ⓒ환경운동연합
그러나, 사과는 적절한 시기일 때 그 진실성이 묻어나는 법. 이미 50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태안을 다녀간 상황에서 삼성의 때늦은 사과와 법적인 책임회피는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일 뿐입니다. 삼성의 안전불감증이 빚은 이 엄청난 참사와 이에 대한 늑장 대응, 혹은 무대응은 글로발을 자주 들먹이는 기업으로써 결코 적절한 태도가 아닙니다.
우리는 삼성이 보다 적극적인 사후 대책을 온 국민 앞에 내놓기를 바랍니다. 실례로 지난 1989년, 알래스카 엑손발데즈호 기름유출사고를 일으킨 미국의 엑손발데즈사는 방제피해보상과 정화비용만 45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4조 1600억원을 환경복구비용으로 내놓았고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남아있는 책임을 이행하고 있음을 상기시키고자 합니다.
▲이번에 사고를 낸 삼성중공업 해상크레인 삼성 1호. 수리를 마친 후 작업에 투입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더불어 우리는 요구합니다. 이번 사태를 ‘태안 기름유출사고’라고 명명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는 슬픔에 빠진 태안주민을 두 번 죽이는 일입니다. 이번 원유유출 사고는 정확하게 ‘삼성 원유 유출사고’입니다. 우리는 사고 유발 당사자를 정확하게 지명해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오늘날 서해안을 저렇게 만든, 죄 없는 어민들의 가슴에 검은 기름을 흘려 넣은 삼성은 지금까지 어떤 대안을 내놓았습니까. 갯가 사람들은 바다가 살아있어야 함께 삽니다. 죽은 바다에서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는 없는 이치입니다.
삼성! 세계적 초일류기업 답게 이제 당당히 햇볕 속으로 나올 것을 촉구합니다.
▲해상크레인에 올라 가해자의 의무와 책임을 촉구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삼성은 구체적인 물적, 정신적, 생태환경적 피해 조사를 앞장서서 약속하고 실행해야 할 것입니다. 실제적인 가해자로서 무한 연대책임을 실천 할 것을 오늘날 서해어민과 우려의 눈길로 삼성을 바라보고 있는 전 국민들 앞에 약속하십시오.
망가진 생태계와 더불어 절단난 주민들의 삶이 복원 복구되는 그날까지 전력을 다할 것임을, 무한한 책임을 질 것임을 선포하기 바랍니다. 그 길만이 상처 깊은 바다와 갈갈이 피멍 든 저들의 가슴을 위안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원유 유출사고 가해자 삼성은 무한책임 져야!
2008-02-09 21:2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