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가 추진해오던 지심도 관리권 이관(매입)과 관련하여 최근 환경부는 국방부의 협의요청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환경부는 '부동의(不同意)' 통보를 하며 그 이유로 지자체에 의한 난개발 우려 및 국립공원관리공단이 기 추진중인 공원조성 계획과 상충된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자연공원법'의 규정에 저촉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결정에 대해 최근 지역의 일부 언론은 '지심도 매각 환경부가 훼방' 이란 제목의 기사를 싣고 환경부를 맹비난 하고 나섰습니다. '우리지역 우리가 개발하는데 왠 간섭이냐' '분노의 칼을 갈고 있다'며 다분히 선정적이며 비논리적인 용어로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번 환경부의 지심도 매각 부동의(不同意) 결정의 원인으로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흘리며 지역관할 '한려해상 동부사무소'를 마녀사냥의 대상으로 암시하는 듯한 느낌까지 들게 하고 있습니다.
지면을 크게 할애한 1면 머릿기사로도 모자랐던지 '다된 밥에 재뿌렸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다시 한번 비슷한 주장을 되풀이 하였고 여기에 더해 '비난받는 환경부'라는 제목으로 외부 인사의 칼럼까지 싣고 있습니다. 같은 내용을 가지고 1면 톱기사, 사설, 칼럼까지 한번에 싣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기사를 읽고 나서 '지나침은 아니함만 못하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떠올리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인지도 모릅니다. 그 언론의 이런 지나침이 거제시의 미래와 발전을 염원하는 순수한 충정(?)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비난에 앞서 차분하게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논리적인 문제제기와 그 대안까지 찾아내어 제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여겨집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러한 노력의 흔적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우선 지심도를 매입하여 거제시가 소유권을 갖는 것과 그것을 개발하는 것은 별개의 사안입니다. 이번 환경부의 부동의 결정은 지심도의 매각에 대한 것인데 매각과 개발을 구분하지 않고 뒤섞어 버림으로써 요점이 불분명해짐은 물론이고 주장하는 내용의 논리적 모순까지 지적되고 있습니다.
언론이 정부에게 불법행위를 강요하는 이해할 수 없는 주문
우선 그토록 염원하는 지심도의 소유권 취득은 거제시의 애틋한 바램과 그를 받아 들인 환경부의 선처를 통해서 시혜를 베풀듯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아야 합니다. 국립공원에 속한 국.공유지의 매각은 특정 주체의 요구나 판단이 아닌 법절차에 따라야 하고 그것을 규정하고 있는 법이 '자연공원법'입니다.
자연공원법 75조는 '처분의 제한'에 대해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시행령 제4조는 그에 대한 예외규정을 두고 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이 예외 규정은 거제시가 생각하는 개발계획을 포함하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매각을 하고 싶어도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법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환경부에 요구하는 것은 '불법행위'를 강요하는 것과 다르지 않으며 그것이 정당한 요구가 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는 언론이라면 더더욱 그럴 수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모 언론의 환경부의 '훼방'이라는 주장은 사실과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또 그 언론에 실린 외부 필자가 기고한 칼럼을 보면 '국방부 결정도 무시한 환경부' 라는 주장이 있는데 이 또한 관련법이나 법체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데 따른 것입니다.
그 칼럼을 기고한 필자는 '남북이 대치한 상황'까지 거론하며 국방부의 권한은 어느 부처도 막을 수 없을 만큼 막강한데 감히 환경부가 생떼를 쓰며 이를 거부한 것에 대해 맹렬히 성토하고 있습니다. 이 주장은 그저 웃어 넘길 밖에 다른 도리가 없습니다. 그 칼럼을 쓰신 분께는 국유재산 매각에 관해서는 국방부나 환경부를 비롯한 모든 정부기관들이 같은 법의 적용을 받고 있으며 권한이 막강(?)하다는 국방부만을 위한 법이 따로이 있지는 않다는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지심도 같은 국유지를 매각할 수 있는 근거로 '국유재산법'이 있는데 법에도 약간의 차등적인 권위가 있습니다. 이는 일반법과 특별법으로 나누어 지는데 국유재산법은 일반법이고 자연공원법은 특별법의 지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별법은 일반법보다 우선 적용되며 상위의 법입니다. 따라서 국방부의 권위(?)를 능가하는 청와대라 할지라도 일반법인 국유재산법으로 특별법인 자연공원법을 뛰어넘는 것은 불가능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막강한 권한을 가졌다는 국방부가 국유재산법 제20조에 처분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서 두들겨 맞기에 바쁜 초라하고 힘없는 환경부에 매각이 가능한지 검토를 요청했던 것이고 환경부는 법을 검토해 보고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밝힌 것입니다. 그러므로 환경부가 생떼를 쓴다느니, 훼방을 놓느니 하는 주장은 적절하지도 않을 뿐더러 전혀 설득력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지심도 소유권 취득 문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여러 사람들에 의해거론되어 왔습니다. 자치단체장은 물론이고 시.도의회에 진출하려는 지역 정치인(?)들의 공약으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거제시는 한술 더 떠서 부시장 직속의 전담추진팀 까지 만들면서 강한 집착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가장 기초적이라 할 수 있는 법률검토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실현가능성 없는 공약과 장밋빛 환상만 남발되어 왔습니다.
그 화려한 거품이 빠진 지금,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양 생떼를 쓰며 시민들의 원초적(?) 애향심에 기대고 있습니다. 허망한 계획이 무산된 책임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고 그 반발심리를 교묘히 자극하여 동정여론을 구걸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불순한 의도가 우매(?)한 시민들에게 먹혀들기를 목하 고대하고 있습니다. 거제시민의 일원으로써 대단히 부끄럽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입니다.
사실상 거제시가 추진중인 지심도 공원계획은 소유권 취득과는 관계 없이 자연공원법에 의한 관련기관의 협의를 통해 상당부분 실행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가능하지도 않은 일에 불필요한 행정력과 예산을 낭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소모적이며 바람직하지 않은 사회적 논란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지심도 소유권 취득을 추진해왔던 거제시 행정은 이제 지심도 문제의 실상을 시민들에게 사실대로 알리고 그 한계를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법을 고치지 못하는 이상 법의 테두리 내에서 원하는 것을 얻도록 해야 합니다. 실현 불가능한 지나친 욕심은 결국 시민들에게 깊은 상처와 불신만을 남기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관련 법률 규정
자연공원법 제75조 (처분의 제한) 자연공원에 있는 국유 또는 공유의 토지로서 공원사업의 시행 및 자연공원의 보호 등 자연공원의 효율적 관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공원관리청이 인정하는 토지는 공원사업이나 군사상 또는 공익상 불가피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를 처분할 수 없다.
자연공원법시행령 제42조 (처분제한) ①법 제75조에서 "군사상 또는 공익상 불가피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라 함은 제4조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한다. ②법 제75조의 규정에 의하여 국유 또는 공유의 토지를 처분하고자 하는 재산관리청은 공원관리청과 협의하여야 한다
제4조 (자연공원의 폐지 등) 법 제8조제1항제1호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라 함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한다. <개정 2002.12.18, 2005.9.30>
1. 군작전·군시설 또는 군기밀보호를 위하여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2. 하천·간척·개간·항만(어항을 포함한다)·발전·철도·통신·방송·측후·농업용수 또는 항공에 관한 사업을 위하여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3. 국가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자원의 개발을 위하여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4. 국토기본법 제9조의 규정에 의한 국토종합계획, 동법 제16조의 규정에 의한 지역계획 및 동법 제17조의 규정에 의한 부문별계획의 결정이나 변경을 위하여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5. 공원구역의 경계 또는 그 인접에 집단마을이 형성되어 있거나, 화장장·사격장 등 자연공원으로 사용할 수 없는 시설이 설치되어 있어 공원구역으로 존치시킬 필요가 없게 된 경우
지심도 매각 부동의는 환경부의 훼방이 아니다.
2006-07-16 22:42:5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