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 지구호

미국이 발사한 우주선이 지구 밖에서 찍어 보낸 사진 한 장에는 푸른 지구의 모습이 선명하게 담겨 있었다. 사람들은 지구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면서 지구 너머에 펼쳐진 우주라는 망망대해에 “우주선 지구호”가 외롭게 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인류 역사상 처음 자신들이 살고 있는 땅덩어리가 무한하지 않음을 눈으로 확인한 순간이었고, 이 한 장의 사진은 지구인의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게 되었다.

1900년대 중반은 세계화가 화두를 차지하던 시대이기도 했거니와 과학기술의 발달이 인류의 번영을 가능하게 만들 것이라는 환상도 함께 성장하던 시기였다. 우주선이 하늘을 날아 지구 밖으로 간 이유도 그러했다. 그러나 인류가 직면한 새로운 현실은 과학기술의 낙관적인 희망과 다른 세계였다. 인류는 유한한 지구를 벗어나 무한한 우주로 항해하기 전에 이 지구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운명을 현실로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신이 선물한 무한한 자연은 사라졌고, 인류는 유한한 지구 속에서 생존을 위한 전략을 놓고 긴 논쟁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1970년대 본격화된 논쟁 중 지금까지도 결말을 내지 못하고 계속되는 것이 바로 ‘지속가능성’이다. 우주선 지구호에 탄 모든 이들이 생각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자신과 후세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09년에는 지구의 날을 “어머니 지구의 날(International Mother Earth Day)”로 부르기 시작한 의미도 우리를 먹이고 키우는 어머니 지구를 살리는 길만이 우리에게 남겨진 유일한 선택임을 강조하는 의미가 크다.

유한한 지구, 무한한 욕망

하지만 인류의 욕망은 아직도 무한경쟁과 성장을 대안으로 선택하는데 주저하지않고 있다. 최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정치적 선택이 또 다시 개혁에서 성장으로 방향타를 고쳐 잡은 이유도 성장의 유혹이 그만큼 떨쳐버리기 힘들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총선의 결과도 그러하고, 향후 대선을 준비하는 후보들의 언급에서 빠지지 않는 단어도 성장에 대한 갈망이다.

그러나 경제학자를 비롯해 생태계,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제 20세기 성장의 실험을 멈출 때가 왔음을 경고하고 있다. 경제적 성장의 이론 자체를 수정하고 가격으로 결정되는 시장의 대안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전 세계가 함께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이고, 이를 위해 기후변화협약 등 수많은 국제회의들에서 세계 정상들의 협상과정이 사람들의 이목을 받고 있다.

에너지를 비롯한 전문가들에 따르면, 1900년대 초기와 100년이 지난 지금을 비교하면 인간사회의 성장, 특히 경제성장은 화석연료없이 불가능한 성장임을 확연히 알 수 있다. 1900년대 초기 인간 사회를 지탱하던 에너지원의 97%는 지속 가능한 원료와 에너지에 의존했으나,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는 90% 가까이 지속 불가능한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 전 세계가 성장을 고집하는 한 앞으로도 성장의 속도와 기울기만큼 비례해서 에너지가 소비되어야 하는데 문제는 성장에 필요한 다양한 자원의 생산은 더디다는 점에 있다.

문제는 이 유한한 지구 속에서 우리 인류가 나아가야 할 미래는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에 있다. 신이 선물한 것처럼 자연을 무한히 착취하고 이용할 수는 없음이 눈앞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혹자는 새로운 에너지원을 끊임없이 찾아내는 과학기술로 극복할 수 있다며 희망을 얘기하기도 하고, 지구 이외의 또 다른 행성의 가능성을 얘기하는 자도 있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현실성은 떨어져 보인다. 인류의 욕망은 이미 무한대로 분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설령 화석연료가 꾸준히 생산되거나 생산량이 증가하더라도 이미 전 세계 인구가 원하는 만큼의 자원을 공급할 수 없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가 고갈되는 시기, 특히 세계경제가 충격을 한꺼번에 받을 수 있는 시점이 되면 우주선 지구호는 지금보다 더 급변한 운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 시기까지 어떻게 우리의 운명을 책임있게 받아들일 것이냐에 있다. 올해도 수많은 국제회의들이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열리고 있다. 거제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도 가끔씩이라도 세계인의 소식에 귀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생활은 우리 지역에 뿌리를 내리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