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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년전, 그 날들속으로
조회: 12680
이름 : 김영아
2001-06-12 10:04:21
수천년전, 그 날들속으로
조금 칙칙한 하늘......
그 하늘을 고스란히 받아 품은 바다.
날씨 탓인지 거제도의 첫인상은 약간의 혼탁함으로 내 지친 일상의 일부처럼 다가왔다.
그래 더 철렁했던 거제의 시간들은 차츰 티미한 시야너머 구석구석 속내를 드러내는 모양이 제법 근사하다.
첫날의 해금강과 외도.
해금강은 엽서속의 사진처럼 거기 그렇게 오랜시간을 지켜 사람들을 맞고, 작은 섬 하나 가득한 외도의 진풍경은 너무 잘 가꿔진 정원으로 그 공이 새삼스럽다.
암튼 한번쯤 거쳐봄직도 하다.
거제의 풍광, 그 자체가 나를 매혹시키는게 어디를 향하든 그만의 모습으로 반긴다.
여차의 몽돌해변은 굳이 은행나무침대의 촬영현장이었다는 수식어를 달지 않아도 수천년 사람들의 애절함이 곳곳에 묻어 파도에 몸서리치는 몽돌들의 흐느낌처럼 처철하게 나뒹굴고 그 한켠 내모습 역시도.......
거뭇거뭇 빛바래가는 어둠속의 여차는 무수한 세월속의 한날처럼 그렇게 지고 또 다른 내일을 위해 죽음같은 휴식으로 인도한다.
둘째날
비!
파도소리에 묻힐 듯 추적거리던 비가 길 나설 채비를 끝낼 즈음에선 파도소리를 내칠 정도로 제법 장하다.
모두가 기다리던 비였지만 내 여행길에는 조금 서운함으로 다가선다.
그도 잠깐 희뿌연 비속의 질주와 곳곳에 꾸역꾸역 피어오르는 산안개는 또 다른 강렬함으로 선뜻 다가오고 나 또한 그 속에 나를 덧칠해하나됨이 흔쾌하고, 간간히 마주치는 거제사람들, 그들만의 목적지를 향해 함께 이곳 저곳으로 너그러히 여행길을 옮기자니 사람이, 거제가 한없이 정겹고 가득히 벅차다.
이렇게 여기저기 딱히 할 일없는 그 여유로움으로 한랑한 유희거리를 찾아 헤메이느라 하루 낮을 보내고.........
지긋이 깊어진 밤,
그보다 더 짙은 밤바다를 향해 낚시대를 드리우고 그 늦은 먹이감에 낚인 물고기, 그들의 저민 살점으론 속얕은 궁한 요기를 달랠길 없어 한잔의 알콜조차 이기지 못하고 스물스물 늘어지는 긴수다가 더욱더 늘어진다.
그 지친 시간의 무료함에 온몸이 질력날 즈음,
저 만치로 물러난 물빠진 바다!
그 야트막한 물가로 간간히 몸 낮춰 휴식하는 꽃게를 찾아 온밤을 하얗게 바래고 희뿌연한 새벽에서야 놓여난 내지친 심신은 그렇게 또 다른 내일로 거제의 마지막날을 맞고 있었다.
Elizabeth Marshall Thomas 저술의 『세상의 모든딸들』
혹여 대해본 적 있나 모르겠다.
그 속의 막막한 원시 생존속의 모습처럼 먼 아득한 이전 저너머날들에 우리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인 그들은 오늘의 이 놀이가 그대로 삶을 지탱해야 하는 생계였으련만 우리는 몇시간의 놀이감으로 식상한 날들을 위로 받고자하는 그들의 엄청시리 잘나가는 후손이다.
피곤함을 속이려 잠시 청한 잠이 한나절을 홀랑 넘기고 이른 점심녘에 남은 여유를 찾아 조급히 길을 나섰다.
비속의 거제와는 다른 환한 선명함의 거제는 이국적인 모습의 또 다른 서먹함으로 나를 보내려하고 질리지 않는 신비로 뒤돌아 다음을 약속케하는 아쉬움으로 나를 애타게 한다.
거제는 그랬다.
더함도 덜함도 없는 그 모습 그대로 잠시의 일탈이 내내 흐믓한 미소로 남아 넉넉한 저수지 가득 퍼져가는 돌팔매 끝자락의 동그라미모양 한없이 넓어져만 가는 그런 곳이다.
ps. 캡틴!
건강하신거죠.
뭘하나 궁금하네요.
또 다른이들의 일탈을 돕기위해 오늘도 초지일관인가요.
보고싶기도 하네요.
장난꾸러기 같은 표정에 어울리지 않는 진지함으로 세상을 힐타하고 더더욱 정성스런 최선으로 우리를 감흥시키던 좀 보기드문 요즘사람인 캡틴!
항시 그모습일거죠.
간간히 그리울겁니다.
캡틴도 그리고 거제도,
좀 힘들어 떠난 길이라 퍽이나 위안이었습니다.
미쳐 인사는 제대로 못드렸지만 정말 반갑고 감사했습니다.
답장주실거죠.
기다리겠습니다.
e-mail 주소 아시죠.
그럼 다음에 또.
캡틴
01-06-15 01:19
반갑습니다.^^ 회원님.
아직도 거제도의 어촌마을 바닷가에서 함께 하였던 풍경이 선명합니다.
두 분 모두 건강하게 생활하고 계시죠?
그날은 밤새 이야기를 많이하여 올라 가시는 길이 피곤하였으리라 봅니다.
홈페이지 공지사항의 영화 ＇흑수선＇ 내용을 보셨는지요? 현재 거제도에서 영화 촬영 중입니다.
거제도를 사랑하는 캡틴은 거제도를 위하여 ＇흑수선＇ 제작에 작으나마 도움을 드리고 있습니다. 올해 11월에 개봉 예정인데 나중에 영화 상영되면 영화 끝나고 자막 올라 갈때에 자세히 보십시오. 눈에익은 ＇에코투어＇라는 이름도 보일 것입니다.^^
＇흑수선＇ 관련하여 제가 촬영한 사진이 www.daum.net의 여행/사진팡팡에 있습니다. 올린이로 captain을 검색하여 보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몸과 마음이 가라앉은 요즈음 같은 날은 모든것을 잊고 일주일 정도라도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나중에라도 짬이 나시면 아름다운 섬 거제도에 다시 방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날 밤 꽃게에게 물렸던 손가락은 아직 상처가 남아 있습니다. 내가 아닌 회원님께서 물렸다면 더더욱 재미난 일이었을 것을, 아직도 아쉬움이 있답니다.^**^ 다음에 오시면 그 고통을 경험하여 보실 수 있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기행문 올려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행복하게 지내시고 가끔 홈페이지도 방문하여 흔적을 남겨 주시기 바랍니다.
수천년전, 그 날들속으로
2001-06-12 10:0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