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외도 전문 길라잡이 거제에코투어 - 바람의 언덕을 작명한 캡틴이 거제도 여행의 모든 정보를 제공해 드립니다.===

멀구슬나무 그윽한 향내가 아직도 코끝에 머물러 있어서인지, 눈을 감으면 거제의 어느 산자락에서 탁트인 바다를 향해 푸른 바람을 맞으며 서있는 나를 만나게 된다.

우연한 기회에 친구가 함께 1박2일 일정으로 출발한 여행길의 시작은 참으로 소박했다.
목적지는 지상의 파라다이스라 불리는 외도였고, 여행에 대한 지식과 정보에 문외한 탓에 특별한 계획 없이 통영에서 1박을 했다. 발품을 팔아가며 했던 여행이었던 탓에 길에서 보낸 시간이 조금 많아 아쉬움이 있었지만, 대신 초행길 객지에서 느끼는 막막함에 여유와 미소를 가져다준 친절한 통영 시민들을 만날 수 있어서 참으로 행복했다.
시외버스터미널 앞, 통영관광안내소 부스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계시던 넉넉한 모습의 아주머니, 목적지도 제대로 모른 채 버스에 올라 어쩔 줄 몰라하던 우리들에게 유쾌한 농담과 함께 목적지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특별히 차를 세워 주시던 버스기사 아저씨들 참으로 고마웠으며, 교직에 계시다 퇴임하셨다던 인상 좋으신 할아버지는 제자를 앞에 둔 선생님으로 다시 돌아가셔서 우리들에게 통영의 곳곳을 자세하고 친절하게 안내해주시던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바로 이러한 시민들의 친절이 통영의 아름다운 자연환경, 문화유산과 더불어 관광제일의 도시를 만들어낸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통영에서의 훈훈하고 낭만적인 여행을 뒤로 하고, 2일째, 거제대교를 건넜다. 이튿날은 짜임새 있고 알찬 여행을 하기 위해 거제외도 당일 패키지 여행을 신청했었다. 처음에는 1일째 통영에서의 막무가내 여행에 매료되어, 괜한 예약을 한 건 아닌지 하는 약간의 불안함에서 시작된 거제 여행은 캡틴님을 만나는 순간 일순 해소되었다^^
끝까지 이름도 가르쳐주지 않고, 안내의 80%를 영화이야기로 수를 놓으면서도 이유도 설명해주지 않았던 베일의 사나이 캡틴. 어차피 여행의 묘미가 하나하나 껍질을 벗겨가며 그 맛을 음미하는 것이라 했을 때, 우리의 여행 안내자였던 캡틴 역시 신비의 섬 거제도와 같은 모습이었다.
거제도는 이순신 장군이 첫승을 올린 장소이며, 6.25 때 17만명이나 되는 전쟁포로를 수용했으며, 남으로 피란을 온 피란민들을 수용하기도 했던 곳이라 그런지 그 장엄한 위용의 남다름에 압도 당하는 느낌이었지만 곧이어 모습을 드러낸 눈부신 천혜의 자연환경에 온몸에 힘이 풀리며 그대로 자연의 품안으로 스러지고 싶은 심정이었다.

고현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한 미니버스는 거제의 가장 동쪽 능포에서 구름에 가려 희미한 부산을 바라본 후, 장승포버스터미널에서 다른 일행들을 태워 와현, 망치, 학동을 지나 신선대와 바람의 언덕이 있는 도장포 유람선 선착장까지 단숨에 달렸다. 짙푸른 나무 숲과 탁트인 쪽빛바다(살짝 흐린 날이여서 아주 쪽빛은 아니었지만 ㅡ.ㅡ)를 양 옆에 두고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기분을 뭐라 형용할 수 있을까? 가슴에서 어떤 뜨거운 것이 한 번씩 일렁이며 눈시울을 살짝 적시고, 입가에 가는 미소를 그린 후 사라지곤 하더라는 정도.^^;
드디어, 기다리고 기대하던 외도 여행이 시작되었다. 생각보다 크기가 작은 유람선은 스무명 남짓한 여행객을 태우고 고요한 남해의 물결을 시원스럽게 가르며 사실 생각치 못했던 비경을 선물했다. 너무 외도에 집착해온 터라 해금강에 대해선 기대가 없었는데, 과연 바다의 금강산 답게 솜씨 좋은 예술가가 심혈을 기울여 깎아도 만들어 낼 수 없는 수 십, 수 만가지 모습의 바위들과 기암괴석의 절벽, 울창한 산림으로 이루어진 해금강은 자연의 조화가 얼마나 신비로운 것인가를 다시 한 번 실감케 하는 웅장하고 경이로운 모습이었다. 유람선이 기이한 절벽 아래 십자동굴 앞에 머물렀을 때 우리들은 숨을 죽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해금강 절경을 뒤로 하고 도착한 외도는 우리나라가 아닌 외국 여행을 와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다양한 열대수림과 언제봐도 기분좋은 형형색색의 꽃들, 그리고 그와 조화를 이룬 이국적 느낌의 건축물과 조각들이 천국을 보여주고 있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배경을 욕심껏 카메라에 담다보면 해가 가는 줄도 모르고 셔터만 누르고 있어야 할 형국일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관광객들에게 천국의 기쁨을 선사하는 외도가 처음에는 별 볼일 없는 척박한 바위섬이었다고 한다. 그런 섬을 한 부부가 애정과 관심을 갖고 가꾸기 시작해 오늘의 외도를 만들었다고 하니, 부부의 노고에 깊은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가 없으며, 외도의 곳곳에 숨쉬고 있는 노부부의 사랑이 천국을 더욱 천국답게 만들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시간 30여분에 걸친 외도와 해금강 관광은 복잡한 속세에서 부대끼며 살아갈 나에게 청량제가 되어 한동안 활력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 외에도 몽돌해수욕장, 자연예술랜드에서의 시간도 모두 소중하고 아름다웠다. 사실 집으로 가는 버스 시간에 쫓기다 보니 점심 이후의 관광은 그리 여유가 없었으며, 마지막 여정이었던 포로수용소유적공원은 입구에만 갔다가 돌아나올 수 밖에 없어서 무척 아쉬웠다.

외도와 해금강의 절경에 취해 우리를 친절하게 안내해 주셨던 베일의 사나이 캡틴을 잊을 뻔 했다.^^
거제외도당일투어를 결정하게 된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이 사이트 지킴이 캡틴에 대한 느낌이 남달라서였다. 우리들처럼 마음은 벌써 여행지로 달려가고 있지만 아무 것도 모른 채 막막해하는 여행객들을 위해 길라잡이를 자청한 모습이 단지 사업을 위해서 만이 아니라 진정으로 거제도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가진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에서였다.
역시나 직접 만나 본 캡틴은 자연을 동경하고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버스를 몰다가도 갑자기 길가에 세우고 개인적으로 좋아한다는 나무를 보여준다거나, 안내를 해주면서도 여행객들을 항시 긴장하게 만들어 궁금증과 호기심을 더욱 유발해내는 것, 질리도록 다니는 길목임에도 툭하면 카메라를 들이대 시시각각 조용히 변화하는 자연을 담아내는 것, 특별한 인연으로 출연하게 된 영화를 틈나는 대로 이야기하는 천진함과 순수함이 바로 그것이다.
짧은 시간 한 사람을 판단한다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캡틴은 내가 느낀 그대로의 사람이었으면 하고 바란다. 그래서 시간이 흘러 사업이 크게 번창한 그 날도 캡틴은 작은 승합차에 조금은 어리버리한(?) 여행객을 안내하는 소박한 사람이기를 바란다.
우연히 산길을 걷다 산딸나무를 만나게 되면 어김없이 캡틴을 떠올리리라.

진주발 광주행 버스시간을 가까스로 맞춘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도 내심 발길을 돌릴 수 있는 마지막 보루마저 놓쳤버린 아쉬움의 눈빛을 서로에게서 찾을 수 있었다. 하루가 더 주어졌다면 과연 더 행복했을까? 하루를 마저 더 갖지 못한 아쉬움이 우리의 여행을 더욱 애틋하게 만들어 준 것은 아닐까? 다시 한 번 거제를 찾도록 하기 위한 하늘의 배려는 아닐까?
같은 마음과 같은 생각이 만나 길을 나선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었을진데, 그 여정이 아름다운 경치와 좋은 사람들의 향연으로 이루어져 여행의 여운이 쉬이 가실 것 같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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